늘 있던 거리3 > .ssul

그날 저녁, 지수는 내 손을 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부모님은 주말 여행이라 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우리 사이의 마지막 경계선을 끊어버렸다.
현관 불도 켜지 않았다.
거실 소파에 이르자마자
지수가 나를 밀었다.
내 등이 소파에 부딪히는 순간
그녀가 올라탔다.
무릎이 내 허벅지 위를 누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으로 기울였다.
짧은 원피스 아래
살이 닿는 부분이
뜨겁게 녹아내렸다.
그녀의 숨이
내 목끝을 핥았다.
“한별아… 숨 참아봐.”
나는 그대로 따랐다.
숨을 멈추자
그녀의 심장 소리가
내 가슴에 그대로 박혔다.
지수가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내 귓불을 스쳤다.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혀끝으로
아주 느리게
귓속을 훑었다.
온몸이
전율로 뒤덮였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손바닥 아래로
살이 말랑하게 파묻혔다.
조금만 힘을 줘도
손가락 자국이 남을 것 같았다.
지수가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내 입술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로
서로를 삼켰다.
혀가 얽히는 순간
지수가 허리를 비틀었다.
그 움직임이
내 허벅지 위를
뜨겁게 문질렀다.
나는 신음이 새어나올 뻔했다.
지수가 재빨리 내 입을 막았다.
손바닥이 아니라
자기 입술로.
그녀의 숨이
내 입 안 가득 퍼졌다.
달콤하고
끈적하고
숨 막힐 듯했다.
나는 그녀의 등 아래로 손을 내렸다.
원피스 지퍼를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끌어내렸다.
천이 스르륵 흘러내리며
맨살이 드러났다.
등줄기를 따라
손끝이 미끄러질 때마다
지수가 몸을 떨었다.
그 떨림이
내 손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지수가 내 셔츠 단추를 풀었다.
하나,
둘,
셋…
천천히.
마치 고문하듯.
단추가 다 풀리자
그녀는 손바닥을
내 가슴 위에 얹었다.
심장이
그녀의 손 아래에서
미친 듯이 뛰었다.
지수가 속삭였다.
“들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살짝 빨며
내려갔다.
어깨뼈 사이.
그녀가 가장 예민한 곳.
거기 혀끝을 대자
지수가 허리를 뒤로 젖혔다.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 신음을
나는 입으로 받아 삼켰다.
지수가 내 허리띠를 풀었다.
금속 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울렸다.
그 소리가
우리 둘 다를
더 달아오르게 했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손끝으로 쓸었다.
살이 닿는 순간
지수가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나
더 세게 잡아 벌렸다.
그녀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내 가슴을 누르며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나는 그녀의 귀에
거의 신음처럼 말했다.
“지수야… 더 가까이 와.”
그녀는 대답 대신
허리를 낮췄다.
완전히.
서로의 뜨거움이
한 점에서 만났다.
그 순간
둘 다
숨을 잃었다.
우리는
그 상태로
서로를 느끼며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심장 소리와
숨소리만
거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서로의 온도를
끝까지 나눴다.
그날 밤
우리는
말 대신
몸으로
서로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