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있던 거리4 > .ssul

우리는 이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서로의 몸으로 확인한다.
아침 6시 47분.
알람이 울리기 3분 전.
지수가 먼저 눈을 뜬다.
그녀는 말없이
내 가슴 위로 올라온다.
아직 잠이 덜 깬 몸이
따뜻하게 무겁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간질인다.
숨결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가슴 한복판에서
천천히 녹는다.
나는 눈을 뜨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말이 필요 없는 시간이다.
그녀의 숨소리만으로
오늘의 온도를 잰다.
그녀가 살짝 움직일 때마다
아침 햇살이
창문 사이로 들어와
우리의 살갗 위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그 빛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서로에게 더 달라붙는다.
끝난 뒤
우리는 그대로 누워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가
서로의 시계가 된다.
샤워를 하러 갈 때도
같이 들어간다.
물줄기가
등을 타고 흘러내릴 때
지수는 뒤돌아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뜨거운 물 속에서
우리는 다시
서로를 삼킨다.
이번엔 서서.
벽에 손을 짚고
허리를 뒤로 젖히며
서로의 숨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신다.
학교에 가는 길.
버스 안에서도
손가락 하나로
서로를 만진다.
지수가 내 손등 위에
새끼손가락을 얹으면
나는 살짝 힘을 주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든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버스 안이
뜨거운 방이 된다.
점심시간.
빈 강의실.
문 잠그고
책상 위에
지수를 앉힌다.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고
허벅지 안쪽에
입을 맞춘다.
그녀는
책상을 꽉 잡고
숨을 죽인다.
그녀의 다리가
내 어깨 위로 올라올 때
나는
그녀의 떨림을
하나하나
혀끝으로 세어준다.
저녁이 되면
집에 오자마자
현관에서 시작한다.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벽에 기대어
서로의 옷을 벗긴다.
바닥에 떨어진 옷 더미 위로
우리는
서로를 덮친다.
밤이 깊을수록
더 깊이 들어간다.
침대는
이미 우리만의 바다다.
파도가 칠 때마다
지수는
내 이름을
숨처럼 부른다.
나는
그 이름에 답하듯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손끝으로,
숨결로,
온몸으로
만진다.
끝날 때쯤이면
우리는
서로의 몸 위에
땀과 숨과
서로의 흔적만
남는다.
그리고
잠이 들기 직전
지수가 내 귀에 속삭인다.
“내일도… 이렇게 해줘.”
나는 대답 대신
그녀를 다시 끌어안고
깊이,
더 깊이
파묻힌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서로의 몸으로 쓰여진다.
늘 있던 도서관 늘 지나던 거리 어디든

아침이 오면
다시 그 문장을
처음부터
천천히,
뜨겁게
새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