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지만 두근 거린썰 > .ssul

내가 42살 때 일이다. 
결혼 12년 차, 아이 둘, 매일 출퇴근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사는 평범한 샐러리맨. 아저씨였다. 
외모는 그냥 동네에서 흔히 보는 아저씨. 키 174에 배 조금 나온, 머리 숱은 아직 괜찮지만 옆머리가 좀 빠져가는 그런 타입.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새로 들어온 30대 초반 여직원이 있었다. 
이름은 은지(가명). 팀도 다르고, 나이는 33살. 
처음엔 그냥 예쁘장한 후배 정도로만 봤다. 그런데 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같이 야근을 몇 번 하다 보니 대화가 길어졌다.

은지랑은 말이 잘 통했다. 
나이 차이 9살인데도, 은지는 나한테 존댓말도 잘 안 하고 반말 섞어가며 편하게 굴었다. 
“오빠, 커피 한 잔 타줄까?” 이러면서.
그러면서 거의 완전 절친으로 지냈는데

그러다 어느 금요일 저녁, 둘이 남아서 자료 정리하고 있는데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회사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다가 둘 다 흠뻑 젖었고, 결국 근처 모텔로 비를 피하게 됐다. 
(진짜 그냥 비 피하려고 들어간 거였다).

방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옷 말리고 있는데, 은지가 갑자기 
“오빠… 나 진짜 오빠 좋아했어요. 작년부터.” 
이렇게 말하는 거다.

나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야, 너 미쳤냐? 나 유부남이야.” 
했더니 은지가 울먹울먹하면서 
“알아요. 근데 좋아하는 마음은 어떻게 해요… 그냥 오늘만, 딱 오늘만이라도 안아줘요.”

그때 내가 얼마나 흔들렸는지… 
12년 동안 아내 말고 다른 여자 안아본 적이 없었는데, 
은지가 젖은 블라우스 입고 떨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진짜 영화처럼,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결국… 안았다. 
그리고 키스했고, 옷 벗겼고, 그날 밤 둘이 잤다고 하면 다들 믿을 거다.

근데 진짜 충격적인 건 그 다음이었다.

그날 이후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은지는 그 뒤로도 계속 나를 찾아왔다. 
주말엔 아내한테 회사 출장 간다고 거짓말하고 은지랑 만났다. 
호텔도 가고, 은지 원룸에도 가고… 
정말 미친 듯이 빠졌다.

은지는 나한테 
“오빠랑 있으면 내가 10대 소녀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진짜 사랑인 것 같아요.” 
이런 말까지 했다. 
나도 그 말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42살 먹도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8개월쯤 지났나. 
어느 날 은지가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회사도 그만뒀다. 
나한테 마지막으로 카톡 하나만 남기고.

“오빠, 나 결혼해요. 
미안해요. 진짜 사랑했는데…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오빠도 아내한테 잘해줘요. 
행복하세요.”

그 카톡 보고 한 일주일 동안 밥도 못 먹고 울었다. 
진짜 아저씨가 방구석에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울었다.

지금도 가끔 그 생각 난다. 
그 8개월이 내 인생에서 제일 뜨겁고 아픈 기억이다. 
불륜이었지만, 나한텐 진짜 순정이었다.

…근데 웃긴 건, 
그 후로 아내가 더 예뻐 보인다. 
은지 덕분인지, 내가 미친놈이었던 건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