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와 나
ㅎㅍㄹ초ㅠ
2025-12-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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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그녀가 남기고 간 초음파 사진
나는 47살, 중견 건설사 대표이사였다. 이름은 이재훈. 그녀는 29살, 내 전속 비서 윤서진.
서진이는 입사 면접 때부터 눈에 밟혔다. 검정 투피스에 머리를 단정히 묶고 들어왔을 때, “이 아이는 오래 못 버틸 거다” 싶었다. 너무 예뻐서, 너무 맑아서, 우리 업계의 진흙탕이 삼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1년 6개월을 버텼다. 야근할 때마다 커피 대신 따뜻한 죽을 사다 놓고, 내가 화내면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해외 출장 가방을 쌀 때는 내 속옷까지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음 넘어간 건 작년 10월, 파리였다. 르 메르디앙 스위트룸. 새벽 3시, 와인 두 병을 비우고 반쯤 취해 소파에 늘어져 있는데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도 무서웠기에 베트를 들고 나오니까 서진이가 울며 도망치고 괴한이 쫒고 있었다. 나를 본 괴한이 도망쳤고 서진이는 나를 바라보고 고맙다며 울고 있었고 잠시 있다 가겠다며 들어왔다.
그녀는 말없이 내 옆에 앉더니, 내 손을 잡고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 심장인지, 그녀 심장인지.
그날 밤, 나는 29살 비서의 몸 위에서 47살의 모든 죄를 지었다. 그녀는 울면서도 내 등을 끌어안았다. “좋아요…실은 대표님이 좋아요…”
그 뒤로 우리는 미쳤다. 회사 집무실 블라인드 내리면 소파, 주말이면 강원도 별장, 아내가 해외 출장 간 날엔 아예 우리 집 안방에서 밤을 새웠다. 서진이는 내 목에 키스 자국을 남기고는 다음 날 아침에 콘실러로 꼼꼼히 가렸다.
“나중에… 대표님 이혼하시면 제가 들어갈게요.”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 입을 막았다. “그건 안 돼. 그냥 지금 이대로만 있어줘.”
그러나 사랑은 끝없이 탐했다. 그녀는 점점 대담해졌고, 나는 점점 그녀 없이는 숨도 못 쉴 지경이 되었다.
결국 터졌다.
아내가 내 핸드폰을 복제했다. 카톡, 사진, 19금 동영상까지 전부. 이혼 소송과 동시에 이사진에게 자료를 돌렸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나는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었다. 30년 쌓아온 회사가 반 토막 났다.
그리고 그날, 서진이가 사직서를 들고 왔다.
책상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대표님… 저 임신했어요. 11주차예요.”
나는 무릎이 풀렸다. “우리… 같이 도망가자. 해외로 갈게. 내가 다시 일어서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턱 끝에서 뚝뚝 떨어졌지만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뇨. 저는 이 아이 혼자 낳을 거예요. 대표님이 잃은 건 돌려드릴 수 없지만, 이 아이만큼은 제가 지킬게요.”
나는 팔을 뻗었지만,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처음으로 내 손을 뿌리쳤다.
“이제 그만하세요. 우리… 여기까지였어요.”
그녀는 책상 위에 초음파 사진 한 장과 사직서를 놓고 돌아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 나는 그 사진을 한참 동안 내려다봤다. 아직 콩알만 한 태아. 심장 소리가 인쇄된 종이 위로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날 이후 서진이는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회사 사람들은 그녀가 제주로 내려갔다고만 했다. 나는 매일 밤 그 초음파 사진을 꺼내 본다. 술 한 병을 비우고 나면, 사진 속 그 작은 점이 내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다.
47살에 만난 29살 비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불태우고 간 여자. 그리고 내가 단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내 핏줄.
지금도 그 사진은 내 지갑 속에 들어 있다. 접히고 해져서 가장자리가 다 닳았지만, 버릴 수가 없다. 이게 내가 받을 벌이라는 걸,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테니까.
나는 47살, 중견 건설사 대표이사였다. 이름은 이재훈. 그녀는 29살, 내 전속 비서 윤서진.
서진이는 입사 면접 때부터 눈에 밟혔다. 검정 투피스에 머리를 단정히 묶고 들어왔을 때, “이 아이는 오래 못 버틸 거다” 싶었다. 너무 예뻐서, 너무 맑아서, 우리 업계의 진흙탕이 삼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1년 6개월을 버텼다. 야근할 때마다 커피 대신 따뜻한 죽을 사다 놓고, 내가 화내면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해외 출장 가방을 쌀 때는 내 속옷까지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음 넘어간 건 작년 10월, 파리였다. 르 메르디앙 스위트룸. 새벽 3시, 와인 두 병을 비우고 반쯤 취해 소파에 늘어져 있는데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도 무서웠기에 베트를 들고 나오니까 서진이가 울며 도망치고 괴한이 쫒고 있었다. 나를 본 괴한이 도망쳤고 서진이는 나를 바라보고 고맙다며 울고 있었고 잠시 있다 가겠다며 들어왔다.
그녀는 말없이 내 옆에 앉더니, 내 손을 잡고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 심장인지, 그녀 심장인지.
그날 밤, 나는 29살 비서의 몸 위에서 47살의 모든 죄를 지었다. 그녀는 울면서도 내 등을 끌어안았다. “좋아요…실은 대표님이 좋아요…”
그 뒤로 우리는 미쳤다. 회사 집무실 블라인드 내리면 소파, 주말이면 강원도 별장, 아내가 해외 출장 간 날엔 아예 우리 집 안방에서 밤을 새웠다. 서진이는 내 목에 키스 자국을 남기고는 다음 날 아침에 콘실러로 꼼꼼히 가렸다.
“나중에… 대표님 이혼하시면 제가 들어갈게요.”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 입을 막았다. “그건 안 돼. 그냥 지금 이대로만 있어줘.”
그러나 사랑은 끝없이 탐했다. 그녀는 점점 대담해졌고, 나는 점점 그녀 없이는 숨도 못 쉴 지경이 되었다.
결국 터졌다.
아내가 내 핸드폰을 복제했다. 카톡, 사진, 19금 동영상까지 전부. 이혼 소송과 동시에 이사진에게 자료를 돌렸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나는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었다. 30년 쌓아온 회사가 반 토막 났다.
그리고 그날, 서진이가 사직서를 들고 왔다.
책상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대표님… 저 임신했어요. 11주차예요.”
나는 무릎이 풀렸다. “우리… 같이 도망가자. 해외로 갈게. 내가 다시 일어서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턱 끝에서 뚝뚝 떨어졌지만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뇨. 저는 이 아이 혼자 낳을 거예요. 대표님이 잃은 건 돌려드릴 수 없지만, 이 아이만큼은 제가 지킬게요.”
나는 팔을 뻗었지만,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처음으로 내 손을 뿌리쳤다.
“이제 그만하세요. 우리… 여기까지였어요.”
그녀는 책상 위에 초음파 사진 한 장과 사직서를 놓고 돌아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 나는 그 사진을 한참 동안 내려다봤다. 아직 콩알만 한 태아. 심장 소리가 인쇄된 종이 위로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날 이후 서진이는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회사 사람들은 그녀가 제주로 내려갔다고만 했다. 나는 매일 밤 그 초음파 사진을 꺼내 본다. 술 한 병을 비우고 나면, 사진 속 그 작은 점이 내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다.
47살에 만난 29살 비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불태우고 간 여자. 그리고 내가 단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내 핏줄.
지금도 그 사진은 내 지갑 속에 들어 있다. 접히고 해져서 가장자리가 다 닳았지만, 버릴 수가 없다. 이게 내가 받을 벌이라는 걸,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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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빗자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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