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들의 10대들과 비숫한 사랑
ㅎㅍㄹ초ㅠ
2025-12-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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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너에게 늦은 봄이 왔다 (다듬은 버전)
나는 39살, 강남의 작은 광고회사 PD 박태현. 그녀는 35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한봄.
처음 그녀를 만난 건 12월 중순이었다. 클라이언트가 “겨울인데 따뜻한 감성”을 원해서 포트폴리오 수백 장을 넘기다 한 장의 그림 앞에서 손이 멈췄다. 눈 내리는 골목, 길고양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의 뒷모습. 그림 아래 적힌 작가 이름이 ‘봄’이었다. 겨울인데 봄이라니, 이상하게 가슴이 따끔했다.
첫 미팅 날, 그녀는 패딩 후드를 푹 눌러쓰고 왔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추위를 많이 타서요.” 목소리가 작고 따뜻해서, 그날부터 나는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 한쪽에 난로를 켠 것 같았다.
프로젝트는 3주. 처음엔 카톡으로만 주고받았다. 새벽 1시, 내가 “조금 더 쓸쓸한 색감으로 부탁드릴게요” 하면 10분 만에 수정본이 올라왔다. 그러고 나서 꼭 한 마디. “태현 씨는 아직 안 자요?” 그 한 마디에 내가 잠을 못 잤다.
어느 날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내가 직접 작업실로 갔다. 홍대 골목 끝, 4층 옥탑방. 문을 열자 따뜻한 히터 바람과 귤 껍질 냄새가 나를 감쌌다. 그녀는 낡은 회색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소매가 길어서 손등이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 손으로 펜을 쥐고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한참을 바라봤다.
그날 우리는 새벽 5시까지 있었다. 그림은 2시에 끝났지만 우리는 계속 떠들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 얘기, 내가 초등학교 때 잃어버린 강아지 얘기, 그녀가 이혼한 부모님 사이에서 자라면서 눈 오는 날이면 혼자 창문에 뺨을 대고 있었다는 얘기까지. 그녀가 말했다. “눈이 내리면 세상이 조용해져서 좋아요. 그때만이라도 아무도 안 아프잖아요.”
나는 그 말에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녀는 놀라지 않고 천천히 손가락을 깍지에 끼워 넣었다.
프로젝트 마지막 날, 클라이언트가 “이거 역대급이다” 하며 박수를 쳤다. 회의 끝나고 그녀에게 전화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밥 한 번 사도 될까요?”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이미 먹었는데… 집에 가기 싫어요.”
그날 우리는 홍대 놀이터 벤치에 앉아 소주 반 병을 나눠 마셨다. 그녀가 취해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태현 씨… 이제 프로젝트 끝났는데 또 언제 볼 수 있어요?”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일부터 매일 봐도 돼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촉촉했다. 나는 그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녀 입술이 차가웠다가 내 숨결에 데워지면서 따뜻해졌다.
그날부터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처음엔 손잡는 것도 어색해서 손가락만 걸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가 먼저 팔짱을 꼈다. “이제 됐죠?” 하고 웃는데 나는 그만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여름이 왔다. 그녀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서로를 가졌다. 창밖으로 장맛비가 쏟아졌다. 그녀가 내 셔츠 단추를 풀면서 “오늘은 천천히 해도 되죠?” 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의 니트가 벗겨질 때 어깨에 난 작은 점이 보였다. 그 점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여기부터 내 거예요.”
그녀는 울지 않았다. 다만 내 등을 끌어안고 “사랑해요”라고 처음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그녀를 더 깊이 안았다.
가을이 되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내년 봄에… 같이 살아요.” 나는 대답 대신 그녀를 안아 올려 침대에 눕히고 그녀 이름을 수백 번 불렀다. 그녀는 내 귀에 대고 “이제 늦지 않았죠?” 하고 물었다. 나는 그녀 눈가를 입 맞추며 “내 평생이 늦은 봄이에요”라고 했다.
지.
지금 우리는 마포의 2층 집에 산다. 아침마다 그녀가 먼저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나는 뒤에서 안아주며 “오늘도 예쁘다” 하고 속삭인다. 그녀는 웃으면서 “늦었잖아, 빨리 안으면” 하고 말한다.
창밖으로 봄이 오면 우리는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벚꽃이 지는 걸 본다. 그녀가 내 손을 잡고 말한다. “이제 눈이 와도 무섭지 않대요. 내 곁에 따뜻한 사람이 있으니까.
39살에 만난 늦은 봄. 그 봄은 내게 평생 머물기로 했다.
나는 39살, 강남의 작은 광고회사 PD 박태현. 그녀는 35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한봄.
처음 그녀를 만난 건 12월 중순이었다. 클라이언트가 “겨울인데 따뜻한 감성”을 원해서 포트폴리오 수백 장을 넘기다 한 장의 그림 앞에서 손이 멈췄다. 눈 내리는 골목, 길고양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의 뒷모습. 그림 아래 적힌 작가 이름이 ‘봄’이었다. 겨울인데 봄이라니, 이상하게 가슴이 따끔했다.
첫 미팅 날, 그녀는 패딩 후드를 푹 눌러쓰고 왔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추위를 많이 타서요.” 목소리가 작고 따뜻해서, 그날부터 나는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 한쪽에 난로를 켠 것 같았다.
프로젝트는 3주. 처음엔 카톡으로만 주고받았다. 새벽 1시, 내가 “조금 더 쓸쓸한 색감으로 부탁드릴게요” 하면 10분 만에 수정본이 올라왔다. 그러고 나서 꼭 한 마디. “태현 씨는 아직 안 자요?” 그 한 마디에 내가 잠을 못 잤다.
어느 날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내가 직접 작업실로 갔다. 홍대 골목 끝, 4층 옥탑방. 문을 열자 따뜻한 히터 바람과 귤 껍질 냄새가 나를 감쌌다. 그녀는 낡은 회색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소매가 길어서 손등이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 손으로 펜을 쥐고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한참을 바라봤다.
그날 우리는 새벽 5시까지 있었다. 그림은 2시에 끝났지만 우리는 계속 떠들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 얘기, 내가 초등학교 때 잃어버린 강아지 얘기, 그녀가 이혼한 부모님 사이에서 자라면서 눈 오는 날이면 혼자 창문에 뺨을 대고 있었다는 얘기까지. 그녀가 말했다. “눈이 내리면 세상이 조용해져서 좋아요. 그때만이라도 아무도 안 아프잖아요.”
나는 그 말에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녀는 놀라지 않고 천천히 손가락을 깍지에 끼워 넣었다.
프로젝트 마지막 날, 클라이언트가 “이거 역대급이다” 하며 박수를 쳤다. 회의 끝나고 그녀에게 전화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밥 한 번 사도 될까요?”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이미 먹었는데… 집에 가기 싫어요.”
그날 우리는 홍대 놀이터 벤치에 앉아 소주 반 병을 나눠 마셨다. 그녀가 취해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태현 씨… 이제 프로젝트 끝났는데 또 언제 볼 수 있어요?”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일부터 매일 봐도 돼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촉촉했다. 나는 그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녀 입술이 차가웠다가 내 숨결에 데워지면서 따뜻해졌다.
그날부터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처음엔 손잡는 것도 어색해서 손가락만 걸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가 먼저 팔짱을 꼈다. “이제 됐죠?” 하고 웃는데 나는 그만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여름이 왔다. 그녀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서로를 가졌다. 창밖으로 장맛비가 쏟아졌다. 그녀가 내 셔츠 단추를 풀면서 “오늘은 천천히 해도 되죠?” 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의 니트가 벗겨질 때 어깨에 난 작은 점이 보였다. 그 점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여기부터 내 거예요.”
그녀는 울지 않았다. 다만 내 등을 끌어안고 “사랑해요”라고 처음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그녀를 더 깊이 안았다.
가을이 되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내년 봄에… 같이 살아요.” 나는 대답 대신 그녀를 안아 올려 침대에 눕히고 그녀 이름을 수백 번 불렀다. 그녀는 내 귀에 대고 “이제 늦지 않았죠?” 하고 물었다. 나는 그녀 눈가를 입 맞추며 “내 평생이 늦은 봄이에요”라고 했다.
지.
지금 우리는 마포의 2층 집에 산다. 아침마다 그녀가 먼저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나는 뒤에서 안아주며 “오늘도 예쁘다” 하고 속삭인다. 그녀는 웃으면서 “늦었잖아, 빨리 안으면” 하고 말한다.
창밖으로 봄이 오면 우리는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벚꽃이 지는 걸 본다. 그녀가 내 손을 잡고 말한다. “이제 눈이 와도 무섭지 않대요. 내 곁에 따뜻한 사람이 있으니까.
39살에 만난 늦은 봄. 그 봄은 내게 평생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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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빗자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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