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있던 거리1
ㅎㅍㄹ초ㅠ
56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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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기가 피부를 핥듯 뜨거웠다.
도서관 뒤편 벤치. 늘 있던 자리. 지수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다리가 살짝 벌어진 채. 짧은 치마 끝이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가 있었다.
나는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목끄럽게 숨을 들이마시는 바람이 그녀의 무릎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결에 그녀의 살이 살짝, 아주 살짝 떨렸다.
지수가 빨대를 물었다. 입술이 빨대를 감싸는 모양이 너무 느리게 움직였다. 빨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그녀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려 손가락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그 물방울이 너무 오래 머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물방울이 내 손가락으로 옮겨붙은 것처럼 손끝이 달아올랐다.
지수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이 나를 삼키려는 듯했다.
“뭐 봐?”
목소리가 낮았다. 숨이 섞여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녀의 새끼손가락 위에 내 새끼손가락을 얹었다.
그 순간 전기가 통했다. 아주 강한, 끊을 수 없는 전류.
지수의 손이 살짝 떨렸다. 그 떨림이 내 손가락을 타고 팔을 타고 가슴을 타고 아래로, 더 아래로 퍼졌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바닥을 완전히 덮었다.
뜨거웠다. 그녀의 손바닥이 내 손바닥을 녹이고 있었다.
지수가 숨을 삼켰다.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내 눈에는 너무 선명했다.
나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아주 천천히. 그녀도 나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우리의 무릎이 닿았다. 살짝. 그러나 그 살짝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지수의 숨이 내 뺨을 핥았다. 뜨겁고 습하고 달콤했다.
나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숨만으로 말했다.
“…지수야.”
그녀가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떨렸다. 그 떨림이 내 입술 위로 옮겨왔다.
우리는 아직 입술을 맞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서로의 숨이 서로의 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수의 손이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천천히. 너무 천천히. 손가락 끝이 바지 위를 스쳤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녀도 멈췄다.
그리고 둘 다 웃었다.
작고 숨기는 웃음.
그 웃음이 모든 허락이었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처럼 몸이 떨렸다.
여름은 우리 사이에서 완전히 녹아내렸다.
도서관 뒤편 벤치. 늘 있던 자리. 지수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다리가 살짝 벌어진 채. 짧은 치마 끝이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가 있었다.
나는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목끄럽게 숨을 들이마시는 바람이 그녀의 무릎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결에 그녀의 살이 살짝, 아주 살짝 떨렸다.
지수가 빨대를 물었다. 입술이 빨대를 감싸는 모양이 너무 느리게 움직였다. 빨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그녀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려 손가락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그 물방울이 너무 오래 머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물방울이 내 손가락으로 옮겨붙은 것처럼 손끝이 달아올랐다.
지수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이 나를 삼키려는 듯했다.
“뭐 봐?”
목소리가 낮았다. 숨이 섞여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녀의 새끼손가락 위에 내 새끼손가락을 얹었다.
그 순간 전기가 통했다. 아주 강한, 끊을 수 없는 전류.
지수의 손이 살짝 떨렸다. 그 떨림이 내 손가락을 타고 팔을 타고 가슴을 타고 아래로, 더 아래로 퍼졌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바닥을 완전히 덮었다.
뜨거웠다. 그녀의 손바닥이 내 손바닥을 녹이고 있었다.
지수가 숨을 삼켰다.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내 눈에는 너무 선명했다.
나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아주 천천히. 그녀도 나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우리의 무릎이 닿았다. 살짝. 그러나 그 살짝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지수의 숨이 내 뺨을 핥았다. 뜨겁고 습하고 달콤했다.
나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숨만으로 말했다.
“…지수야.”
그녀가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떨렸다. 그 떨림이 내 입술 위로 옮겨왔다.
우리는 아직 입술을 맞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서로의 숨이 서로의 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수의 손이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천천히. 너무 천천히. 손가락 끝이 바지 위를 스쳤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녀도 멈췄다.
그리고 둘 다 웃었다.
작고 숨기는 웃음.
그 웃음이 모든 허락이었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처럼 몸이 떨렸다.
여름은 우리 사이에서 완전히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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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해밀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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