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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ssul

책장 사이로 보이는 당신과2

레벨 ㅎㅍㄹ초ㅠ
2시간 36분전 357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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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가 넘었을 무렵.
고문헌실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캠퍼스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일 뿐,
이곳은 이미 밤의 심장이었다.
서진의 손이 내 손목을 잡은 채였다.
그 손길은 아직 놓지 않았다.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그 열기가 내 맥박을 따라 올라와
가슴 한구석을 두드렸다.
나는 그를 봤다.
희미한 조명 아래 그의 얼굴이
책장 그림자에 물들어 있었다.
평소의 그, 말수가 적고 눈빛이 깊은 사서.
하지만 지금은
그 눈에 담긴 게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더 깊이 들어가요.”
그가 속삭였다.
목소리가 낮아서
책장 사이를 타고 스며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의 손에 이끌려
발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고문헌실 가장 안쪽으로 갔다.
19세기 유럽 서적 코너.
여기엔 조명 하나만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낡은 램프 불빛이
책등을 따라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서진이 멈췄다.
그의 손이 내 손목에서 떨어졌다.
아쉽게 느껴졌다.
그 빈자리가
피부에 새겨진 듯했다.
“이쪽에… 특별한 게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선반 가장 위,
먼지 쌓인 구석을 가리켰다.
나는 발돋움을 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서진이 내 뒤로 다가왔다.
그의 가슴이
내 등에 살짝 닿았다.
그 순간
숨이 멎었다.
그의 체온이
셔츠를 뚫고 스며들었다.
커피 냄새와 종이 냄새가
더 짙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책을 꺼냈다.
그 동작에
그의 팔이 내 허리를 스쳤다.
우연처럼.
하지만 우연이 아니었다.
책이 내려왔다.
낡은 가죽 표지,
금박으로 새겨진 제목.
‘금서’라는 단어가
희미하게 빛났다.
“이건 만지면 안 돼요.”
서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스쳤다.
나는 일부러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표지를 건드렸다.
“왜요?
이게 뭐길래.”
나는 웃었다.
그 웃음이
책장 사이를 메웠다.
서진의 손이
내 손 위에 덮였다.
책을 잡는 척.
그러나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감쌌다.
천천히,
하나하나.
“위험하니까.
한 번 만지면… 중독돼요.”
그의 눈이
내 눈을 마주쳤다.
그 시선이
이미 중독이었다.
나는 느꼈다.
그가 나를 얼마나 오래 봤는지.
매일 밤,
책을 빌려줄 때마다
그 시선이 나를 따라왔다는 걸.
“서진 씨도… 중독된 적 있어요?”
나는 물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의 손이 더 세게 쥐었다.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압력이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입술이 거의 닿을 거리.
그의 숨이
내 뺨을 스쳤다.
“지금… 돼요.”
그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의 손이 책에서 떨어졌다.
이제는 내 허리 쪽으로.
가볍게,
허리띠 위를 스쳤다.
나는 몸이 먼저 반응했다.
허리가 살짝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손바닥이
등 중앙에 닿았다.
그 열기가
옷을 녹이는 듯했다.
우리는 책장 사이에 끼었다.
좁은 통로.
서로의 가슴이
닿을 듯 말 듯.
숨을 쉴 때마다
그 거리가 좁아졌다.
서진의 코끝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그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책 냄새보다… 네가 더 오래된 냄새가 나.”
그가 속삭였다.
그 말에
온몸이 떨렸다.
그의 입술이
목덜미를 스쳤다.
키스가 아니었다.
아직.
그저
숨결이
피부를 핥는 것.
나는 그의 셔츠를 잡았다.
손가락이
단추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의 심장 소리가
내 손바닥에 전해졌다.
빨랐다.
나만큼.
“하린 씨… 매일 밤, 기다렸어요.”
그가 고백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 갈라짐이
나를 더 녹였다.
“나도… 서진 씨 손 기다렸어요.”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손을
내 허리 안쪽으로 이끌었다.
책장 틈에.
그 손이
허리 곡선을 따라 내려갔다.
서진이 나를 살짝 들어 올렸다.
책장 아래 선반 위에 앉혔다.
내 다리가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그가 그 사이로 들어섰다.
그의 무게가
내 허벅지 위에 실렸다.
가볍게.
그러나 무겁게 느껴졌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서진의 손이
내 무릎 위를 스쳤다.
올라갔다.
천천히.
“조용히… 해요.”
그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이미 조용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고개를 기울였다.
입술이
거의 닿았다.
그 순간
서진의 눈이 감겼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내 귓속에 스며들었다.
“여긴 소리도 금서야.”
그 속삭임에
내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입술이
마주칠 뻔했다.
아직.
조금만 더.
책장 위 먼지가
우리의 움직임에 흩어졌다.
그 먼지가
공기 중에 떠다니며
우리 사이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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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사또밥님의 댓글

레벨 사또밥
1시간 18분전
잘봤습니다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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