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에 느껴지는 느낌 외전 > .ssul

3개월이 흘렀다.
준호의 전시회 날, 미술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림자 놀이’ 시리즈 신작.
벽에 걸린 캔버스들, 그중 한 점에 소연의 윤곽이 희미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촛불 자국처럼 번진 선들, 손자국처럼 남은 곡선.
관람객들은 그 작품을 보며 속삭였다.
“이 그림자, 살아 있는 것 같아.”
소연은 구석에 서서 그걸 지켜봤다.
가운 대신 가벼운 코트 차림.
준호의 작품 속 자신을 보는 기분.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우리만의 흔적.
준호가 다가왔다.
검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그 손끝이 아직도 그녀의 피부를 기억하는 듯했다.
“왔어?”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전시회 사람들 사이에서, 그 손길은 일상이었다.
아니, 우리의 순애였다.
매일 아침, 준호의 미술실에서 시작되는 그 사랑.
그가 캔버스 앞에 앉아 스케치할 때, 소연은 커피를 타 들고 다가갔다.
“오늘은 어떤 그림자?”
그녀의 물음에 준호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가 그녀의 가슴을 채웠다.
순수하게.
커피 잔을 건네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순간.
그 체온이 스며들 때, 소연은 느꼈다.
이게 사랑의 리듬.
준호의 손이 그녀의 손등을 덮었다.
“너의 그림자.”
일상은 그렇게 흘렀다.
주말 아침, 시장에서 과일을 사는 길.
준호가 사과를 하나 집어 소연의 입에 가져다 댔다.
“맛있어?”
그녀가 한 입 베어 물자, 주스가 입술을 타고 흘렀다.
준호의 엄지가 그 주스를 닦아주었다.
가볍게, 그러나 그 손끝이 머무르는 순간.
소연의 심장이 살짝 빨라졌다.
“달아.”
그녀의 대답에 준호의 눈이 부드러워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의 팔에 기대며 걷는 그 시간.
바람이 스치듯, 사랑이 스며드는 순간들.
밤이 되면 미술실 소파에 나란히 누워, 준호가 책을 읽어주었다.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일 때, 소연은 손을 뻗어 그의 가슴에 올렸다.
심장의 박동.
그 리듬이 그녀의 손바닥에 전해졌다.
“준호 씨… 이 소리, 내 거야.”
그가 책을 덮고 그녀를 안았다.
부드럽게.
그 안기듯이.
순애의 무게.
그 무게가 둘을 묶었다.
하지만 그 순애 속에, 야한 그림자가 스며들었다.
전시회 후, 호텔 방으로 들어선 그날 밤.
문이 닫히자마자 준호의 손이 소연의 코트 단추를 풀었다.
하나하나.
천천히.
그 동작이 그녀의 피부를 드러내며, 공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소연의 손이 그의 셔츠를 벗겼다.
근육의 곡선이 불빛에 물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 곡선을 따라 내려갔다.
허리의 좁은 부분,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흐름.
그 흐름이 그녀의 손에 녹아들었다.
준호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소연아… 오늘 네 그림자, 더 선명해.”
소연의 몸이 그의 몸에 기대었다.
침대 위로.
그의 무게가 그녀를 누르며, 윤곽이 겹쳐졌다.
준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따라 내려갔다.
등의 아치, 허리의 굴곡.
그 손끝이 부드러운 언덕을 스치며, 꼭대기를 주물렀다.
소연의 몸이 물결쳤다.
뜨거운 물결.
그 물결이 그의 손바닥을 적시며, 다시 올라왔다.
그녀의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자연스럽게.
준호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천천히 리듬을 타며, 깊어졌다.
그 리듬이 그녀의 심장을 따라 쿵쾅거렸다.
땀이 흘러 피부를 미끄러워지게 만들었다.
그 미끄러움이 더 깊은 골짜기로 이끌었다.
소연의 손이 그의 등을 파고들었다.
손톱 자국이 새겨지며, 그의 움직임을 더 세게 만들었다.
둘의 몸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을 채웠다.
그 소리가, 사랑의 선율이었다.
절정에 다다를 무렵, 준호의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
혀끝이 스며들며 모든 소리를 삼켰다.
그리고 터졌다.
온몸이 흔들리며 무너졌다.
여운처럼 남은 떨림이, 서로의 피부를 타고 퍼졌다.
준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이게… 우리의 그림자.”
소연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심장의 여운.
“영원히… 네 안에.”
다음 날 아침, 미술실로 돌아온 그들.
준호가 새로운 캔버스를 펼쳤다.
소연이 포즈를 취했다.
이번엔 그림자 없이.
그의 붓이 그녀의 윤곽을 그렸다.
손끝처럼 부드럽게.
그 붓질 사이로, 사랑이 스며들었다.
일상 속 야한 속삭임.
그 속삭임이, 그들의 사랑를 더 깊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