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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ssul

얼듯한 공기를 녹이는 당신2

레벨 ㅎㅍㄹ초ㅠ
4시간 15분전 141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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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경보가 풀린 다음 날, 리조트는 여전히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지은은 어제의 어색함을 떨치려 애썼지만, 민준의 그 속삭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냥 장난이었을 텐데.’ 그녀는 다시 수업에 참가했다. 이번엔 민준이 그녀를 그룹에서 빼내 개인 코칭을 제안했다. “어제 실수 봤어요. 제가 따로 봐드릴게요. 초보자분들한테는 기본이 중요하니까.” 지은은 고맙다고 대답하며 슬로프로 향했다. 눈보라가 가라앉은 코스는 고요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미끄러지듯 불안정했다.
민준의 코칭은 철저했다. “자, 다시 해보세요. 이번엔 제가 뒤에서 잡아줄게요.” 그는 지은의 몸을 감싸 안고 자세를 교정했다. 그의 손이 허벅지 안쪽을 스치며 균형을 잡아주자, 지은의 피부가 화끈거렸다. “이게… 제대로 된 수업인가요?” 그녀가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민준의 집중된 눈빛에 압도당했다. “좋아요, 턴 해보세요. 무릎을 더 굽히고.” 지은이 시도할 때마다 넘어질 뻔한 순간, 그의 팔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 스킨십은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지은은 그의 체온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강사님 손, 따뜻하네. 아니, 왜 이런 생각을…’
휴식 시간, 리프트가 천천히 오르는 동안 대화가 시작됐다. 민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스노보드 처음이세요? 왜 갑자기 배워보시게 됐나요?” 지은은 창밖을 보며 털어놓았다. “도시 생활이 지쳐서요. 매일 컴퓨터 앞에서… 외로웠어요. 여기 오니, 바람이 불어도 자유로워지네요.” 민준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저도 그랬어요. 프로 꿈꿨는데, 5년 전 부상으로 포기했죠. 다리 인대가 끊어져서, 슬로프 위에서 울던 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의 목소리에 스며든 취약함이 지은의 가슴을 울렸다. 리프트가 정상 근처에 다다르자, 손이 스치며 서로의 체온이 유일한 온기가 됐다. 눈보라가 다시 불기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둘은 가까워졌다. “당신처럼 강한 분이 왜 포기하셨어요?” 지은의 물음에 민준이 웃었다. “포기한 게 아니라, 새로 시작한 거예요. 강사로. 당신도 그럴 수 있어요.”
세 번째 수업 후, 지은은 온천 스파로 향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피로를 풀던 그녀, 수증기 너머로 민준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상의를 벗은 채 물에 들어오고 있었다. 문신이 새겨진 그의 상체가 드러나자, 지은은 숨을 죽였다. ‘저런 몸… 프로답네.’ 민준이 그녀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여기 계셨어요? 피곤하시죠. 제가 마사지 좀 해드릴까요? 어깨 풀어주는 거, 제 특기예요.” 장난스럽지만 진심 어린 제안에 지은이 망설이다 수락했다. 그의 손이 어깨를 주무르자, 긴장이 풀리며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 시원해요… 고마워요.” 민준의 손가락이 목덜미를 스치며 내려가자, 그녀의 몸이 살짝 떨렸다. “당신 덕에 스노보드가 재미있어졌어요. 아니, 삶이요.” 지은의 고백이 흘러나왔다. 민준의 눈빛이 깊어졌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이 오기 전엔 그냥 일상이었는데, 이제 슬로프가 기다려지네요.”
그날 밤, 리조트 카페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커피를 마시며 대화는 깊어졌다. 민준이 어린 시절 스키 추억을, 지은이 꿈꾸던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호감이 존경으로, 존경이 끌림으로 변하는 과정이었다. 지은은 그의 상처를 보듬고 싶었고, 민준은 그녀의 자유로움을 지키고 싶었다. 키스가 스치듯 가까워지던 순간, 민준이 멈췄다. “아직… 서두르지 말아요. 제대로 가보자고요.” 지은의 심장이 터질 듯했다. ’이게 사랑인가? 아니, 아직은… ’
하지만 운명은 서두르는 법이었다. 그날 저녁, 갑작스러운 눈보라 폭풍이 리조트를 덮쳤다. 전기마저 끊기며 고립된 상황. 지은은 작은 오두막으로 피신 중 민준과 마주쳤다. “같이 있어요. 안전할 테니.” 문을 잠그며, 난로 불빛이 둘을 비췄다. 눈보라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 속, 민준의 손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 밤이 끝나기 전에… 솔직해지고 싶어요.” 지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끌림이 폭발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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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나의빗자루님의 댓글

레벨 나의빗자루
3시간 15분전
대단하네요 ㅎㅎ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2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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