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벽 기차안에서
ㅎㅍㄹ초ㅠ
20시간 14분전
355
0
0
본문
오전 5시, 서울역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도시의 숨결처럼 고요했다. 겨울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플랫폼을 적시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먼지를 비추었다. 민준은 무거운 코트 자락을 여미며 개찰구를 통과했다. 3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 오늘도 출근을 위해 KTX 첫 열차를 탔다. 피곤한 어제의 잔업이 몸에 남아, 발걸음이 무거웠다. “부산까지… 또 이 새벽이로군.” 그는 중얼거리며 티켓을 쥐고 1호차 객실로 향했다.
객실 문을 열자, 텅 빈 좌석들이 그를 맞이했다. 새벽 첫차답게 승객은 거의 없었다. 창밖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도시의 윤곽이 아직 검은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민준은 창가 자리에 앉아 가방을 무릎에 올렸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5시 10분. 출발까지 5분 남았다.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기대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하던 피로가 몰려왔다. 열차의 엔진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편안한 여행 되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객실을 울렸다. 민준이 눈을 뜨자, 제복 차림의 여승무원이 서 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 지은은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티켓을 확인했다. 검은 치마 정장 위에 코트가 걸쳐진 모습이 새벽의 차가움 속에서 따뜻해 보였다. 머리는 단정히 묶여 있고, 이름표에 ‘지은’이라고 적혀 있었다. “티켓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민준은 지갑에서 티켓을 꺼내 건넸다. “아, 네. 여기요.” 그의 목소리가 약간 쉰 채로 나왔다. 지은은 티켓을 스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역까지 가시는군요. 창가 자리가시네요.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녀의 미소가 더 밝아졌다. 민준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동자에 스며든 새벽빛을 느꼈다. 맑고 투명한 갈색, 피곤한 그의 마음을 살짝 건드렸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는 형식적으로 답하며 시선을 피했다.
지은은 가볍게 인사하고 다음 객실로 향했다. 그녀의 발소리가 카펫 위를 스치며 멀어졌다. 민준은 다시 눈을 감았다. 열차가 출발했다. 부드러운 진동이 몸을 감쌌다. 창밖으로 서울의 고층 빌딩들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새벽의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그는 꿈같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어둠이 스멀스멀 다가왔다. 무언가 잘못된 기운, 불안한 예감.
출발한 지 30분쯤 지났다. 갑자기, 열차가 덜컹거리며 속도를 늦췄다. 민준이 눈을 뜨자, 객실이 이상했다. 모든 불이 꺼져 있었다. 비상등조차 켜지지 않은 완전한 어둠. “뭐야, 이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은 여전히 검었다. 터널 안인가? 아니, 열차가 멈춰 선 듯했다. 긴급 방송이 흘러나왔다. “고객 여러분, 시스템 오류로 인해 일시 정지 중입니다. 승무원이 확인 후 안내드리겠습니다.” 지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더 불안하게 들려왔다.
민준의 심장이 빨라졌다. 홀로 탑승한 객실, 텅 빈 공간. 그는 손전등 켰다. 희미한 빛이 좌석을 비췄다.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고객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곧 복구하겠습니다.” 지은의 목소리. 그녀가 어둠을 더듬으며 들어왔다. 민준의 플래시가 그녀의 실루엣을 비췄다. 제복 치마가 새벽의 습기 속에서 살짝 젖은 듯, 희미한 곡선이 드러났다. 민준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다리 라인, 치마 끝자락이 스치듯 흔들리는 모습. “아, 고객님. 손전등 켜 주셔서 감사해요.” 지은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스쳤다. 가벼운 꽃향기.
“승무원님, 괜찮으세요? 도와드릴까요?” 민준이 물었다. 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어실로 가서 확인해야 해요. 고객님은 자리에 계세요. 위험할 수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이 섞였다. 어둠이 두 사람을 감쌌다. 민준은 그녀의 등을 따라가는 그림자를 보았다. 제복 상의가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선, 치마가 엉덩이를 감싸는 곡선. 순간, 그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고립된 공간, 새벽의 비밀스러운 만남. 불이 다시 켜지지 않는다면?
지은이 문을 열고 나갔다. 민준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열차 안은 고요했다. 그의 마음속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어둠이 객실을 삼켰다. 민준은 핸드폰 플래시를 들고 복도를 더듬었다. 비상 정지 상태, 열차가 완전히 멈춘 채 터널 속에 갇힌 듯했다. 방송이 다시 흘러나왔다. “고객님, 복구 작업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은의 목소리,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 다급했다.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기다릴 수 없지.” 그는 중얼거리며 제어실 쪽으로 향했다. 카펫이 발밑에서 부드럽게 느껴졌지만,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켰다.
객실 문을 열자, 텅 빈 좌석들이 그를 맞이했다. 새벽 첫차답게 승객은 거의 없었다. 창밖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도시의 윤곽이 아직 검은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민준은 창가 자리에 앉아 가방을 무릎에 올렸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5시 10분. 출발까지 5분 남았다.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기대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하던 피로가 몰려왔다. 열차의 엔진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편안한 여행 되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객실을 울렸다. 민준이 눈을 뜨자, 제복 차림의 여승무원이 서 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 지은은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티켓을 확인했다. 검은 치마 정장 위에 코트가 걸쳐진 모습이 새벽의 차가움 속에서 따뜻해 보였다. 머리는 단정히 묶여 있고, 이름표에 ‘지은’이라고 적혀 있었다. “티켓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민준은 지갑에서 티켓을 꺼내 건넸다. “아, 네. 여기요.” 그의 목소리가 약간 쉰 채로 나왔다. 지은은 티켓을 스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역까지 가시는군요. 창가 자리가시네요.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녀의 미소가 더 밝아졌다. 민준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동자에 스며든 새벽빛을 느꼈다. 맑고 투명한 갈색, 피곤한 그의 마음을 살짝 건드렸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는 형식적으로 답하며 시선을 피했다.
지은은 가볍게 인사하고 다음 객실로 향했다. 그녀의 발소리가 카펫 위를 스치며 멀어졌다. 민준은 다시 눈을 감았다. 열차가 출발했다. 부드러운 진동이 몸을 감쌌다. 창밖으로 서울의 고층 빌딩들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새벽의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그는 꿈같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어둠이 스멀스멀 다가왔다. 무언가 잘못된 기운, 불안한 예감.
출발한 지 30분쯤 지났다. 갑자기, 열차가 덜컹거리며 속도를 늦췄다. 민준이 눈을 뜨자, 객실이 이상했다. 모든 불이 꺼져 있었다. 비상등조차 켜지지 않은 완전한 어둠. “뭐야, 이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은 여전히 검었다. 터널 안인가? 아니, 열차가 멈춰 선 듯했다. 긴급 방송이 흘러나왔다. “고객 여러분, 시스템 오류로 인해 일시 정지 중입니다. 승무원이 확인 후 안내드리겠습니다.” 지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더 불안하게 들려왔다.
민준의 심장이 빨라졌다. 홀로 탑승한 객실, 텅 빈 공간. 그는 손전등 켰다. 희미한 빛이 좌석을 비췄다.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고객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곧 복구하겠습니다.” 지은의 목소리. 그녀가 어둠을 더듬으며 들어왔다. 민준의 플래시가 그녀의 실루엣을 비췄다. 제복 치마가 새벽의 습기 속에서 살짝 젖은 듯, 희미한 곡선이 드러났다. 민준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다리 라인, 치마 끝자락이 스치듯 흔들리는 모습. “아, 고객님. 손전등 켜 주셔서 감사해요.” 지은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스쳤다. 가벼운 꽃향기.
“승무원님, 괜찮으세요? 도와드릴까요?” 민준이 물었다. 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어실로 가서 확인해야 해요. 고객님은 자리에 계세요. 위험할 수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이 섞였다. 어둠이 두 사람을 감쌌다. 민준은 그녀의 등을 따라가는 그림자를 보았다. 제복 상의가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선, 치마가 엉덩이를 감싸는 곡선. 순간, 그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고립된 공간, 새벽의 비밀스러운 만남. 불이 다시 켜지지 않는다면?
지은이 문을 열고 나갔다. 민준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열차 안은 고요했다. 그의 마음속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어둠이 객실을 삼켰다. 민준은 핸드폰 플래시를 들고 복도를 더듬었다. 비상 정지 상태, 열차가 완전히 멈춘 채 터널 속에 갇힌 듯했다. 방송이 다시 흘러나왔다. “고객님, 복구 작업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은의 목소리,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 다급했다.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기다릴 수 없지.” 그는 중얼거리며 제어실 쪽으로 향했다. 카펫이 발밑에서 부드럽게 느껴졌지만,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켰다.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