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정류장 > .ssul

비가 은밀한 속삭임처럼 내리는 밤 11시, 도시 외곽의 버스 정류장은 고요한 시의 한 구절처럼 서 있었다.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물웅덩이에 스며들어, 부서진 별똥별처럼 반짝였다. 멀리서 스치듯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이, 세상의 맥박을 상기시켜 주었다. 태민과 수연은 우산을 함께 쓰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평범한 데이트의 여운, 영화관에서 흘러나온 로맨스의 잔향이 아직 그들의 피부에 남아 있었다. 태민은 20대 후반의 직장인, 검은 코트가 그의 어깨를 감싸듯 수연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수연은 20대 중반의 대학생, 하얀 블라우스가 달빛처럼 그녀의 부드러운 윤곽을 드러냈다. 치마 자락이 무릎까지 흘러내리며, 비에 젖은 공기를 가르더니 그의 무릎에 스쳤다. “오빠, 버스 언제 올까? 이 밤의 차가움에… 영혼까지 스며드는 것 같아.” 수연의 목소리가, 바람에 흩날리는 잎사귀처럼 가느다랗게 떨렸다. 그녀의 손이 태민의 손등을 덮었다. 그 온기, 차가운 비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불꽃.
태민이 그녀를 더 깊이 끌어안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수연아. 내 품이 네게 피난처가 될게.” 그의 코트 자락이 둘을 포근히 감쌌다. 수연의 머리카락에서 피어나는 장미 향기, 비에 젖어 더 진하게 배어 나왔다. 태민의 가슴속에, 평범한 연인의 일상이 스며들었다. 6개월의 사랑, 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비가 내리는 이 고립된 공간, 텅 빈 정류장이 그들의 마음을 은밀한 시로 물들였다. “오빠, 영화 속 그 장면… 키스가 영혼을 녹이는 거, 느껴봤어?” 수연의 속삭임이 그의 귀를 간질였다. 태민의 미소가 어둠에 스며들었다. “응, 그런데 네가 더… 내 시의 주인공이야. 네 손을 잡을 때마다, 세상이 시 한 편이 돼.” 그의 말에 수연의 뺨이 장미꽃잎처럼 물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입술이 스쳤다. 가벼운 키스, 비의 리듬에 맞춰 춤추듯.
그 키스는, 강물이 고요한 호수를 만지듯 깊어졌다. 태민의 입술이 수연의 아래턱을 따라 흘러내렸다. 부드럽게, 비단처럼. “수연아…” 그의 숨결이 그녀의 귀에 스며들었다. 수연의 몸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살짝 떨렸다. “오빠… 이 어둠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에, 부끄러움과 별빛 같은 설렘이 어우러졌다. 태민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타고 내려갔다. 블라우스 밑으로, 치마 위로 엉덩이의 부드러운 곡선을 어루만졌다. 그 감촉, 달이 물에 비친 듯 유연하고. “네 몸의 선이… 비처럼 내 마음을 적셔. 이 밤에 더 끌려.” 태민의 목소리가, 속삭이는 시처럼 낮아졌다. 수연의 손이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셔츠 안으로 스며들어, 근육의 고요한 파도를 느꼈다. “오빠의 입술… 따뜻한 불꽃이야. 나도… 네 피부의 비밀을 탐하고 싶어.”
키스가, 별이 떨어지듯 깊어졌다. 혀가 얽히며, 서로의 영혼이 섞였다. 달콤한 습기, 비의 향기와 어우러져. 태민의 손이 더 은밀해졌다. 치마 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허벅지의 부드러운 강을 어루만졌다. 스타킹의 매끄러운 물결, 피부의 숨결. 수연의 다리가, 꽃잎이 피듯 무의식적으로 벌어졌다. “오빠, 누군가 스치듯 지나갈지도… 이 정류장이 우리를 지켜줄까?” 그녀의 말은 바람처럼 약했지만, 몸은 달처럼 가까이 다가왔다. 태민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가벼운 자국, 밤의 별자리처럼. “조금만 더… 이 어둠이 우리를 안아줄 거야. 텅 빈 이 공간, 우리만의 시 한 페이지.” 그의 손이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하나씩, 브래지어의 레이스 가장자리가 드러났다. 흰 안개처럼, 가슴의 부드러운 언덕이 솟아올랐다.
수연의 숨결이, 파도처럼 거칠어졌다. 그녀의 손이 태민의 가슴을 더듬었다. 심장의 고동, 별의 맥박처럼 빠르고 뜨거웠다. “아… 오빠.” 작은 한숨이, 비 소리에 스며들었다. 태민의 손가락이 브래지어를 스치며, 유두의 부드러운 봉오리를 건드렸다. 그곳이, 이슬 맺힌 꽃처럼 단단해지는 감촉. 수연의 몸이, 바람에 휘청이는 나뭇가지처럼 움찔했다. “수연아, 네가 이렇게… 영혼의 떨림으로 응답해.” 태민의 목소리에, 시인의 열정이 스며들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며 가로등의 불빛을 가렸다. 정류장의 지붕 아래, 둘만의 우주. 수연의 손이 태민의 벨트에 닿았다. 망설임 속에, 호기심의 별이 빛났다. “오빠… 나의 밤이… 네 손길에 녹아들어.”
멀리서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별똥별처럼 다가왔다. 희미한 빛이 어둠을 가르더니. 태민이 황급히 수연을 안고 일어났다. “버스야… 다음 밤에, 이 시를 이어가자.” 헐떡이는 숨결 속에, 키스 하나 더. 수연의 눈빛에 아쉬움의 별과 기대의 은하가 스쳤다. 버스 문이 열리며, 둘은 손을 잡고 올라탔다. 평범한 연인의 작은 여정. 하지만 그 밤, 정류장의 비와 어둠이 그들의 마음에 은밀한 시구를 새겼다. 수연이 창가에 기대며 속으로 읊조렸다. ‘다음엔… 더 깊은 밤으로.’ 태민의 손이 그녀의 무릎에 놓였다. 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그들의 심장처럼, 리듬을 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