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정을 배신한 언청이
asdfasf3333
2025-01-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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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문경은 특산품 중에 도자기가 있을 정도로 불로 만드는 도기나 쇠기들이 유명하고 인간문화재도 있을정도야. 지금 적는 내용은 메질꾼에 관한 내용이야.
*메질꾼:대장간에서 달구어진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질하는 자.
점촌에 탄광이 들어서기 훨씬 오래전 1920년대에는 소랑 돼지를 키우는 가축업과 벼농사와 밭농사가 주된 업이었다고 해. 때문에 쥐나 해충이 들끓었고, 여름이면 도축한 가축이 빨리 상해서 질병도 깊었대.
당시엔 지금처럼 서양식 병원도 없었고, 동양식 한의원도 읍내엔 없었다고 해. 그래서 무당이나 역술인 보살들이 약간의 약초학을 공부하고 요법 같은 것들로 상하고 덧난 것들의 치료를 조금 담당했다고 해. 하루는 증조할머니가 불공을 드리고(모시는 신명 님이 불가 계통의 육도인? 인가 오도인? 인가 그렇다고 들음. 불교인이 아니라 잘 모른다.)
*찾아보니 오도인은 안 나오고, 오도라는 불교에서 쓰는 단어가 나옴. 1. 번뇌에서 벗어나 부처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길. 2. 불도의 진리를 깨달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함.
정수를 떠다 약산에서 읍을 드리는데 (뭐 기도 같은 거래. 제사 지내고 조상님께 새해 원을 비는 그런 것과 비슷한 듯) 키는 짤딸막해서 다부진 아저씨가 허겁지겁 증조할머님을 찾더래. 해서 읍을 끝낸 후에 떠다 놓은 정수(맑은 물)를 그 아저씨에게 줘 버리고 숨을 고르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식놈이 손이 병신이 됐는데 도와달라더래.
사정인 즉슨, 그 아저씨는 가은 아자개 장터에선 알아주는 유명한 대장장이였어. 놋쇠도 만들고 날이 선 쟁기도 만드는 유능한 대장장이였지. 당시에 농업과 가축업이 왕성했으니 쟁기나 도축 도구들이 잘 팔렸고 대장간이 장사도 잘 되고 덕분에 좋은 새댁 만나 장가도 가게 됐는데, 이듬해에 나온 자식놈이 언청이가 심했다고 해.
그놈이 머리도 멍청하고 말도 어버버하니 친구도 없고 그런데도, 심성이 고와서 아버지를 따라서 일도 곧잘 도와주고 그랬어. 다행히도 부모가 좋은 분이어서 아버지도 자식에게 대장간이라도 물려주려고 열심히 가르쳤고, 아버지에게 좋은 메질꾼이 되기 위해서 언청이 자식놈도 더욱 열심히 했다지. 메질꾼이 뭔가 하면 대장장이에서 한 사람이 달군 쇠를 잡고 있으면 한 사람이 망치로 땅! 땅! 내려치잖아? 그것을 메질꾼이라고 그래.
그런데 한날은 지 아버지 도와준다고, 석틀에 부어논 쇳물에서 달군 쇠를 급하게 꺼내다가 그만 쇳물이 튀어서 손을 지져버렸다고 해. 자질러지는 비명소리를 듣고 아저씨가 황급히 나가보니 아들놈이 손을 잡고 나뒹구는데... 가서 보니 검지부터 중지 약지까지 손가락에 쇳물에 데인 거야. 황급히 찬물로 씻고 보니 살이 고온에 뒤엉켜서 엉겨 붙어 버렸다더라. 어찌해야 되나 하다가 들은 건 있어서, 쑥을 빻아서 올려보고 차도를 지켜보니 아물긴 했는데 벙어리장갑처럼 손가락 중간 마디들이 하나로 붙어버린 거지... 엄지와 새끼손가락 빼고.
근처에 병원도 없고 한약방 이런 곳도 없고 용한 무당집은 증조할머니가 이름이 있어서 찾아온 거야. 증조할머니가 그 아저씨를 따라 절간으로 가보니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머리는 더벅해서 냄새가 나고, 입은 사구안와 걸린 것처럼 돌아가서 보기 흉측했다고 해. 얼른 그 대장장이 부자(父子)를 방으로 들여 손을 보니까 이건 뭐, 제대로 붙어 아물어버려서 고칠 방도도 없고 덧나지 말라고 소염효과 있는 단약하고 붙이는 검은 고약 같은 걸 줘서 보냈대.
*대체 사구안와가 뭔지 모르겠음 ; 구안와사를 말하고 싶은 건가? 구안와사:얼굴마비의 일종으로 입과 눈 주변 근육이 마비되어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질환을 말함.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그 부자가 또 온 거야. 몰골을 보니 언청이 아들놈은 손에 아버지가 입던 적삼을 둘둘 감고 있었는데 피가 흥건하게 고여서 뚝뚝 떨어졌다고 해. 그래서 황급히 들여서 상처를 보니 손가락들이 다 떨어져 있는 거야. 지혈제를 뿌리려고 했는데 찾아도 지혈제가 없어서 갖고 있던 노리개에 호박 보석을 빻아 가루를 내서 지혈을 했다고 해. 언청이 손에 고약 붙이고 적상추로 뜸을 만들어 태워서 한숨 재우고 난 뒤에 뭔 일인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한동안 자신 혼자 일하는 걸 지켜만 보다가 또 도와주고 싶어서 붙어버린 손가락으로 망치질을 하는데, 그게 되나? 자루가 미끄러지고 헝겊으로 닦거나 하는 세밀한 일들은 잘 되지도 않고, 괜히 쟁기들만 더 망치니까 속에서 복장이 터지고 선불이 쌓였는지 낫으로 갖다가 손가락을 떼려고 그어버렸다는 거야. 증조할머니는 참 그 독기에 질리기도 하고, 애가 딱하기도 해서 갖은 정성으로 언청이를 돌봤다고 해. 물론 그놈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동해서 장사도 포기하고 정성으로 돌봤고. 그런데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언청이 놈이 낫 갖다가 억지로 손가락을 떼는 과정에서 날이 엇나갔던 모양인지 힘줄이 끊어져서 중지와 검지는 꿈쩍거리지도 못하게 된 거야.
이젠 글도 못 쓰고 아예 메질도 왼손으로만 해야 하니 쇠가 담금질도 제대로 안 되고 망치질도 제대로 안 돼서 형편없던 거지. 그래서 아저씨 혼자서만 다시 일을 하게 되고 아들놈은 글도 못써, 언청이라 말도 잘 못해, 머리도 둔해서 가축도 못치고 여러모로 골칫덩이가 된 거야. 그 집 어머니는 화병이 나서 쓰러지고 아저씨는 하나뿐인 자식이 그 지경이 됐으니 일할 맛이 나나. 돈 벌어도 고깃국 먹는 게 단데.
해가 지나고 증조할머님이 장터 저잣거리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셨는데 제를 지낼 놋그릇을 사러 대장간에 들렀는데 진열된 물건도 없고 장사는 안 하는지 사람도 없는 거지. 해서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그 집 아저씨가 속병이 나서 앓아누웠는데 마누라는 화병 나서 도망가고, 자식놈이 혼자서 돼지치고 밥해서 아저씨를 모신다는 거였어.
그런가 보다 하고 다른 집에서 그릇을 사고 돌아왔대. 또다시 몇 달 지났나? 마을 잔칫날이라 굿도 벌이고 제도 지낼 겸 해서 마을 사람들이 증조할머님을 불러서 채비를 하고 마을을 갔더래. 굿을 잘 하고 나서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는데 그 언청이 놈이 잔치하는 집 어귀에서 어물쩍대고 있었대. 팔에는 때가타서 검은 삼베 적삼을 둘둘 감고 더벅머리에 냄새는 어찌나 심한지...
"내, 내도 하. 한 잔 머. 먹고 갑시다." 하고 어눌하게 입을 열어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왜 저 언청이 청년은 잔치에 안 끼워주냐고 물었더니 "한 달 전에 저놈 아비가 속에 병이 나서 죽었는데, 장을 치러주는 사람이 돈이 없으니까 제대로 저놈 애비 장을 못 치른 거지. 쯧쯔.. 딱하게 됐어. 그래도 저놈도 하등 나을 거 없지. 저놈이 멍청하고 속 알맹이가 없어서 그런지. 먹여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거지꼴을 하고 구걸이나 하고, 도벽이 있는지 장터에 넘의음식 훔쳐먹고 그러다가 맞기도 많이 맞았더라니. 좋게 볼 사람이 어디있누?" 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래.
아무튼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그놈이 넘어지면서 팔에 두른 삼베 적삼이 풀어헤쳐져 버렸는데, 증조할머니가 정말 두 눈이 뒤집힐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해. 그 멍청한 놈!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 중간 부분이 바느질이 엉성하게 되어있고 불에 지진 것처럼 썩어 문드러졌는데, 중간 마디 위로 손가락이 시커멓더라는 거야. 증조할머니가 식겁해서 단걸음에 달려나가 언청이를 붙잡고 이 손이 어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순진한 얼굴로 하는 말이 더 가관이더래.
"아바이가 죽고 없으니, 내 할 줄 아는 것은 메질뿐인데, 손가락이 션찮아 메질을 못하니 돌아가신 아바이를..." 하며 꺼낸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어. 지 아비가 죽고 관을 묻으려 땅을 파는데 도와줄 사람 없고 지게에 관을 지고 산을 올라오니 힘들었다는 거지. 죽을 둥 살 둥 땅을 파서 아버지를 묻는데 손에 힘이 풀려서 관을 엎었고, 아버지의 유해가 삐져나왔는데 문득 아버지의 손가락을 보니 꿈질거리지도 않는 자신 손가락보다 멀쩡하고 단단해 보였다는 거야... 그래서 낫으로 아버지의 손가락을 잘라다가 자신의 검지, 중지, 약지를 중간만 남겨두고 자르고, 아버지의 손가락을 꿰매고 불로 지져서 붙였다는 거야. 그런데 그게 되겠어? 살은 썩어서 욕창이나고 너덜거리기까지 하고..
마을 사람들도 그걸 다 듣고는 혼비백산하고 잔치고 뭐고 난리가 났지. 언청이는 매질을 당하다가 맞아 죽기 직전까지 가서 마을에서 쫓겨나고, 증조할머니는 언청이의 아버니묘에서 제를 지냈다고 해.
이후에 마을에서 공부 안 하고 글 못쓰는 애들이 있으면 언청이가 손가락 잘라간다고 자주 그랬다고 해. 우리 할머니도 그 소리를 들었고, 그 말이 왜 나오는 건지 물어봤다가 들은 이야기.
*메질꾼:대장간에서 달구어진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질하는 자.
점촌에 탄광이 들어서기 훨씬 오래전 1920년대에는 소랑 돼지를 키우는 가축업과 벼농사와 밭농사가 주된 업이었다고 해. 때문에 쥐나 해충이 들끓었고, 여름이면 도축한 가축이 빨리 상해서 질병도 깊었대.
당시엔 지금처럼 서양식 병원도 없었고, 동양식 한의원도 읍내엔 없었다고 해. 그래서 무당이나 역술인 보살들이 약간의 약초학을 공부하고 요법 같은 것들로 상하고 덧난 것들의 치료를 조금 담당했다고 해. 하루는 증조할머니가 불공을 드리고(모시는 신명 님이 불가 계통의 육도인? 인가 오도인? 인가 그렇다고 들음. 불교인이 아니라 잘 모른다.)
*찾아보니 오도인은 안 나오고, 오도라는 불교에서 쓰는 단어가 나옴. 1. 번뇌에서 벗어나 부처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길. 2. 불도의 진리를 깨달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함.
정수를 떠다 약산에서 읍을 드리는데 (뭐 기도 같은 거래. 제사 지내고 조상님께 새해 원을 비는 그런 것과 비슷한 듯) 키는 짤딸막해서 다부진 아저씨가 허겁지겁 증조할머님을 찾더래. 해서 읍을 끝낸 후에 떠다 놓은 정수(맑은 물)를 그 아저씨에게 줘 버리고 숨을 고르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식놈이 손이 병신이 됐는데 도와달라더래.
사정인 즉슨, 그 아저씨는 가은 아자개 장터에선 알아주는 유명한 대장장이였어. 놋쇠도 만들고 날이 선 쟁기도 만드는 유능한 대장장이였지. 당시에 농업과 가축업이 왕성했으니 쟁기나 도축 도구들이 잘 팔렸고 대장간이 장사도 잘 되고 덕분에 좋은 새댁 만나 장가도 가게 됐는데, 이듬해에 나온 자식놈이 언청이가 심했다고 해.
그놈이 머리도 멍청하고 말도 어버버하니 친구도 없고 그런데도, 심성이 고와서 아버지를 따라서 일도 곧잘 도와주고 그랬어. 다행히도 부모가 좋은 분이어서 아버지도 자식에게 대장간이라도 물려주려고 열심히 가르쳤고, 아버지에게 좋은 메질꾼이 되기 위해서 언청이 자식놈도 더욱 열심히 했다지. 메질꾼이 뭔가 하면 대장장이에서 한 사람이 달군 쇠를 잡고 있으면 한 사람이 망치로 땅! 땅! 내려치잖아? 그것을 메질꾼이라고 그래.
그런데 한날은 지 아버지 도와준다고, 석틀에 부어논 쇳물에서 달군 쇠를 급하게 꺼내다가 그만 쇳물이 튀어서 손을 지져버렸다고 해. 자질러지는 비명소리를 듣고 아저씨가 황급히 나가보니 아들놈이 손을 잡고 나뒹구는데... 가서 보니 검지부터 중지 약지까지 손가락에 쇳물에 데인 거야. 황급히 찬물로 씻고 보니 살이 고온에 뒤엉켜서 엉겨 붙어 버렸다더라. 어찌해야 되나 하다가 들은 건 있어서, 쑥을 빻아서 올려보고 차도를 지켜보니 아물긴 했는데 벙어리장갑처럼 손가락 중간 마디들이 하나로 붙어버린 거지... 엄지와 새끼손가락 빼고.
근처에 병원도 없고 한약방 이런 곳도 없고 용한 무당집은 증조할머니가 이름이 있어서 찾아온 거야. 증조할머니가 그 아저씨를 따라 절간으로 가보니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머리는 더벅해서 냄새가 나고, 입은 사구안와 걸린 것처럼 돌아가서 보기 흉측했다고 해. 얼른 그 대장장이 부자(父子)를 방으로 들여 손을 보니까 이건 뭐, 제대로 붙어 아물어버려서 고칠 방도도 없고 덧나지 말라고 소염효과 있는 단약하고 붙이는 검은 고약 같은 걸 줘서 보냈대.
*대체 사구안와가 뭔지 모르겠음 ; 구안와사를 말하고 싶은 건가? 구안와사:얼굴마비의 일종으로 입과 눈 주변 근육이 마비되어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질환을 말함.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그 부자가 또 온 거야. 몰골을 보니 언청이 아들놈은 손에 아버지가 입던 적삼을 둘둘 감고 있었는데 피가 흥건하게 고여서 뚝뚝 떨어졌다고 해. 그래서 황급히 들여서 상처를 보니 손가락들이 다 떨어져 있는 거야. 지혈제를 뿌리려고 했는데 찾아도 지혈제가 없어서 갖고 있던 노리개에 호박 보석을 빻아 가루를 내서 지혈을 했다고 해. 언청이 손에 고약 붙이고 적상추로 뜸을 만들어 태워서 한숨 재우고 난 뒤에 뭔 일인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한동안 자신 혼자 일하는 걸 지켜만 보다가 또 도와주고 싶어서 붙어버린 손가락으로 망치질을 하는데, 그게 되나? 자루가 미끄러지고 헝겊으로 닦거나 하는 세밀한 일들은 잘 되지도 않고, 괜히 쟁기들만 더 망치니까 속에서 복장이 터지고 선불이 쌓였는지 낫으로 갖다가 손가락을 떼려고 그어버렸다는 거야. 증조할머니는 참 그 독기에 질리기도 하고, 애가 딱하기도 해서 갖은 정성으로 언청이를 돌봤다고 해. 물론 그놈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동해서 장사도 포기하고 정성으로 돌봤고. 그런데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언청이 놈이 낫 갖다가 억지로 손가락을 떼는 과정에서 날이 엇나갔던 모양인지 힘줄이 끊어져서 중지와 검지는 꿈쩍거리지도 못하게 된 거야.
이젠 글도 못 쓰고 아예 메질도 왼손으로만 해야 하니 쇠가 담금질도 제대로 안 되고 망치질도 제대로 안 돼서 형편없던 거지. 그래서 아저씨 혼자서만 다시 일을 하게 되고 아들놈은 글도 못써, 언청이라 말도 잘 못해, 머리도 둔해서 가축도 못치고 여러모로 골칫덩이가 된 거야. 그 집 어머니는 화병이 나서 쓰러지고 아저씨는 하나뿐인 자식이 그 지경이 됐으니 일할 맛이 나나. 돈 벌어도 고깃국 먹는 게 단데.
해가 지나고 증조할머님이 장터 저잣거리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셨는데 제를 지낼 놋그릇을 사러 대장간에 들렀는데 진열된 물건도 없고 장사는 안 하는지 사람도 없는 거지. 해서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그 집 아저씨가 속병이 나서 앓아누웠는데 마누라는 화병 나서 도망가고, 자식놈이 혼자서 돼지치고 밥해서 아저씨를 모신다는 거였어.
그런가 보다 하고 다른 집에서 그릇을 사고 돌아왔대. 또다시 몇 달 지났나? 마을 잔칫날이라 굿도 벌이고 제도 지낼 겸 해서 마을 사람들이 증조할머님을 불러서 채비를 하고 마을을 갔더래. 굿을 잘 하고 나서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는데 그 언청이 놈이 잔치하는 집 어귀에서 어물쩍대고 있었대. 팔에는 때가타서 검은 삼베 적삼을 둘둘 감고 더벅머리에 냄새는 어찌나 심한지...
"내, 내도 하. 한 잔 머. 먹고 갑시다." 하고 어눌하게 입을 열어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왜 저 언청이 청년은 잔치에 안 끼워주냐고 물었더니 "한 달 전에 저놈 아비가 속에 병이 나서 죽었는데, 장을 치러주는 사람이 돈이 없으니까 제대로 저놈 애비 장을 못 치른 거지. 쯧쯔.. 딱하게 됐어. 그래도 저놈도 하등 나을 거 없지. 저놈이 멍청하고 속 알맹이가 없어서 그런지. 먹여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거지꼴을 하고 구걸이나 하고, 도벽이 있는지 장터에 넘의음식 훔쳐먹고 그러다가 맞기도 많이 맞았더라니. 좋게 볼 사람이 어디있누?" 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래.
아무튼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그놈이 넘어지면서 팔에 두른 삼베 적삼이 풀어헤쳐져 버렸는데, 증조할머니가 정말 두 눈이 뒤집힐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해. 그 멍청한 놈!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 중간 부분이 바느질이 엉성하게 되어있고 불에 지진 것처럼 썩어 문드러졌는데, 중간 마디 위로 손가락이 시커멓더라는 거야. 증조할머니가 식겁해서 단걸음에 달려나가 언청이를 붙잡고 이 손이 어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순진한 얼굴로 하는 말이 더 가관이더래.
"아바이가 죽고 없으니, 내 할 줄 아는 것은 메질뿐인데, 손가락이 션찮아 메질을 못하니 돌아가신 아바이를..." 하며 꺼낸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어. 지 아비가 죽고 관을 묻으려 땅을 파는데 도와줄 사람 없고 지게에 관을 지고 산을 올라오니 힘들었다는 거지. 죽을 둥 살 둥 땅을 파서 아버지를 묻는데 손에 힘이 풀려서 관을 엎었고, 아버지의 유해가 삐져나왔는데 문득 아버지의 손가락을 보니 꿈질거리지도 않는 자신 손가락보다 멀쩡하고 단단해 보였다는 거야... 그래서 낫으로 아버지의 손가락을 잘라다가 자신의 검지, 중지, 약지를 중간만 남겨두고 자르고, 아버지의 손가락을 꿰매고 불로 지져서 붙였다는 거야. 그런데 그게 되겠어? 살은 썩어서 욕창이나고 너덜거리기까지 하고..
마을 사람들도 그걸 다 듣고는 혼비백산하고 잔치고 뭐고 난리가 났지. 언청이는 매질을 당하다가 맞아 죽기 직전까지 가서 마을에서 쫓겨나고, 증조할머니는 언청이의 아버니묘에서 제를 지냈다고 해.
이후에 마을에서 공부 안 하고 글 못쓰는 애들이 있으면 언청이가 손가락 잘라간다고 자주 그랬다고 해. 우리 할머니도 그 소리를 들었고, 그 말이 왜 나오는 건지 물어봤다가 들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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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히데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7짬밥를 획득하였습니다.